지하 인간
- 장정일
내 이름은 스물 두 살
한 이십 년쯤 부질없이 보냈네
무덤이 둥근것은
성실한 자들의 자랑스런 면류관 때문인데
이대로 땅 밑에 발목 꽂히면
나는 그곳에서 얼마나 부끄러우랴?
후회의 뼈들이 바위틈을 열고 나와
가로등 아래 불안스런 그림자를 서성이고
알만한 새들이 자꾸 날아와 소문과 멸시로 얼룩진
잡풀 속 내 비석을 뜯어 먹으리
쓸쓸하여도 오늘은 죽지 말자
앞으로 살아야 할 많은 날들은
지금껏 살았던 날에 대한
말없는 찬사이므로.
'질투는나의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엽의 노래 - 홍윤숙 (0) | 2005.11.05 |
---|---|
바람 부는 날 - 박성룡 (0) | 2005.10.29 |
개 같은 가을이 - 최승자 (0) | 2005.09.24 |
나를 위로하며 - 함민복 (0) | 2005.09.18 |
사랑 - 이승훈 (0) | 2005.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