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나의힘

숲 - 정희성

시월의숲 2005. 7. 17. 10:45

 

 

          - 정희성

 

 

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 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이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 시집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중에서

 

 

* * *

 

 

나무들는 모여서 숲을 이루지만,

사람들은 모여서 무엇을 이루는가

사람이나, 나무나

하나의 생명을 가진 존재인데,

자신의 그늘을 가진 존재인데,

무엇이 사람들을 숲에서 멀어지게 하였나

하얗게 말라버린 혈관같은 거리, 그 위로

알약처럼 쏟아지는 창백한 얼굴들,

굳게 다문 입술을 지나치며

나는 오늘도 생각에 잠긴다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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