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나의힘

바람 부는 날 - 박성룡

시월의숲 2005. 10. 29. 10:44

 

바람 부는 날

 

 

 

- 박성룡

 

 

 

오늘따라 바람이

저렇게 쉴새없이 설레고만 있음은

오늘은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희고만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풀잎에

나뭇가지에

들길에 마을에

가을날 잎들이 말갛게 쓸리듯이

나는 오늘 그렇게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희고만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아 지금 바람이

저렇게 못견디게 설레고만 있음은

오늘은 또 내가

내게 없는 모든 것을 깨닫고 있음을

바람도 나와 함께 안다는 말일까

 

 

 

************

 

이제 가을도 막바지에 접어든 것 같다.

부는 바람에 낙엽들이 날리고, 사람들은 옷깃을 여민다.

바람 부는 날, 시적 화자는 자신도 바람과 함께 여희고 있다고

아니, 자신이 여희고만 있음을 바람이 아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그것은 마치 '나'와 바람이 하나가 되려는 풍경 같다.

여,희,다,는 말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그것은 그냥 마음으로 느껴지는데서 오는 바람의 언어임에 틀림없다

또한 그것은 위 시의 화자처럼

바람 부는 날 낙엽지는 나무 아래 서 있어 봐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리라.

 

아 바람이 몹시도 설레는 날,

바람과 대화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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