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새벽에 고양이 소리에 잠을 깼다.
원래 잠을 잘 깨지 않는 편인데,
고양이 특유의 간드러지고 소름끼치는 소리가
머리 바로 위에서 들려와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내가 머리를 두고 자는 자취방의 벽에는 창이 달려 있는데
아마도 그 창 아래에서 고양이가 울어대는 것 같았다.
좀 있으면 가겠지, 하는 생각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꾸물거리고 있는데
가기는 커녕 오히려 소리가 더 커졌다.
도대체 고양이는 왜 이 새벽에 잠도 자지 않고
내 자취방 창가에 서성대며 저렇듯 소리를 질러대고 있는 것인지,
짜증이 와락 밀려왔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불을 켜고 잔뜩 지푸린 얼굴로 창을 열어 밖을 내다보니,
글쎄 고양이가 누워서 꼼짝않고 소리만 내는 것이 아닌가.
아, 죽어가고 있구나!
제딴에는 움직이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가 보았다.
아마도 쓰레기통을 뒤지다 상한 음식을 먹었거나,
쥐약이 든 음식을 먹었을거라 생각하며 한동안 그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잠은 이미 저만치 달아났고,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내 머리 위에서 고양이가 죽어가고 있었다니,
그리고 그 죽어가는 고양이를 보고 있는 기분이라니.
이런저런 생각에 뒤척이다 다시 잠이 들었나보다.
아침에 일어나 창을 열어보니 싸늘하게 식어있는,
이미 굳어버린 고양이가 거기 그대로 있었다.
기분이 찜찜하여 어디로 치워버릴까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아직도 고양이는 거기 그대로 죽어있다.
저번엔 도로중앙에 있는 고양이를 구해주기까지 했는데
왜 자꾸 고양이가 내게 얽히는 것일까.
기분이 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