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보고 왔다.
한 친구녀석이 문득 바다에 가지 않겠냐고
장난스레 한 말이 발단이 되어
나와 세명의 친구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가자! 라고 탄성을 지르며
바다를 향했다.
바다를 보러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다.
수업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바다를 보게 될지 모르겠기에
선뜻 가게 된 것이다.
아니, 어쩌면 바다,라는 말이 나온 순간부터
내 마음은 이미 바다에 가 있었는지도 몰랐다.
한 시간 반 가량 걸려서 도착한 영덕의 대진해수욕장.
해변가의 거의 모든 집 앞에 오징어가 널려 있었고
밀려드는 바닷바람과 특유의 소금기 배인 비린내가 코를 자극했다.
정말 내가 바닷가에 와 있다니. 바다는 늘 거기 있었는데.
아, 얼마만에 보는 바다인가!
실로 오랜만에 본 바다라 그런지 무척 낯설게 느껴졌다.
인적이 끊긴 해수욕장의 쓸쓸함 때문인가.
그 낯설음이 익숙해지도록
한참을 모래 위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끝간데 없이 펼쳐진 바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
삼킬듯 달려드는 파도에 순간 두려움이 일었다.
그 두려움은 나를 한없이 작아지게 만들었다.
바닷물을 만져보려고 바다쪽으로 조금씩 나가다가
갑자기 밀려드는 파도에 발이 축축히 젖었다.
그 차가움이라니!
신발이 다 젖고 발이 시려왔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나쁘기는 커녕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지금 내 발을 적신 이 차가움이 오래도록 내 안에 남아서
나태하고 나약한 내 정신을 일깨워주기를
마음 속으로 빌었다.
바닷가에 와서도 이기적인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갈매기들이 끼룩끼룩 머리위를 날아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