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멀어진다

시월의숲 2005. 10. 15. 11:17

멀어진다는 것,

 

누군가와 멀어진다는 것은

거대한 명목이 있는 배신 때문이 아니라

지극히 사소한 일 때문임을

나는 요즘 절감하고 있다

 

친구란 무엇일까

한때 친했던 사람들과의 멀어짐

그것이 이렇듯 고통일 수 있다니,

 

함께 했던 그 오랜 시간들이 

이렇듯 사소한 일로 무너질 수 있는 것이었나

그렇듯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나

지나간 시간들은 정말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인가

 

사람이 사람을 속속들이 안다는 것은

꽤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면

좀 덜 상처를 받을 수 있었을텐데

그게 아니라면

내 이기심 때문에?

결국 치졸한 내 이기심 때문에 나는

사람과의 거리 운운하며 적당히 자위하고 있는 것일까

 

아, 멀어져가는 모든 것들,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것,

한때 내 곁에 있었던,

그 모든 것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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