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진다는 것,
누군가와 멀어진다는 것은
거대한 명목이 있는 배신 때문이 아니라
지극히 사소한 일 때문임을
나는 요즘 절감하고 있다
친구란 무엇일까
한때 친했던 사람들과의 멀어짐
그것이 이렇듯 고통일 수 있다니,
함께 했던 그 오랜 시간들이
이렇듯 사소한 일로 무너질 수 있는 것이었나
그렇듯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나
지나간 시간들은 정말 아무런 힘도 없는 것인가
사람이 사람을 속속들이 안다는 것은
꽤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면
좀 덜 상처를 받을 수 있었을텐데
그게 아니라면
내 이기심 때문에?
결국 치졸한 내 이기심 때문에 나는
사람과의 거리 운운하며 적당히 자위하고 있는 것일까
아, 멀어져가는 모든 것들,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것,
한때 내 곁에 있었던,
그 모든 것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