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말한다.
세상은 더럽고, 그래서 사람 또한 아무 것도 아니다. 사람을 조금만 깊이 알게 되면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게 추하고 악취가 나는 동물이라는 사실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모두들 선을 가장하며 거짓된 미소를 띤 채 속으로는 온갖 추악한 일들을 벌인다. 그것이 인간이다. 그들에게 진실과 정신은 없고 오로지 거짓과 물질만이 있을 뿐이다. 그들은 지극히 현실주의적이고 돈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세상은 아름답지 않다. 모든 인간관계는 돈으로 형성되며, 누구나 다 계산적이며, 이기적이다. 인간에 대해서, 삶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 니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은 환상이요, 이상일 뿐이다. 그러니 정신차려라. 지금도 나는 내 필요에 의해서 너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착각하지 마라. 너도 그렇지 않나? 밥버리지일 뿐인 인간. 썩을 대로 썩은 인간. 돈을 벌지 못하면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는 세상. 돈이 없다면 차리리 죽어라.
나는 말한다.
그래. 니 말이 모두 맞다고 치자.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꼭 세상을 그렇게 바라봐야 하나? 자학하는 것 만큼 비겁한 것은 없다. 세상이 온갖 추악한 것들의 집합체라고 보는 것은 세상을 아름답다고만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위악은 위선보다 더 비열하다.
나는 말문이 막힌다. "그게 아니야." 라고 말하는 내 말소리는 점점 기어들어간다. 그는 위악자이고 나는 위선자인가? 나는 단지 그렇게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그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다. 그의 말을 일부 수긍 하면서도 변명할 이유를 찾는 내가 더 비겁한 것일까? 세상이 비리와 폭력과 부패로 얼룩져있다고 말하는 그에게 나는 점점 할말을 잃어간다. 자신있게 아니다, 라고 말할 용기가 없어진다. 나는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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