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안녕

시월의숲 2005. 12. 16. 17:07

 

오늘 시험을 끝으로 내 공식적인 대학생활이 끝났다.

이번 기말고사는 과목 수가 적어서인지,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시험공부를 하는데도 별 조급함이 없었다. 시험 치면서 이렇게 여유가 있었다니!

 

어쨌거나 시험을 마치고 오늘까지 내야하는 레포트를 내러 교수실을 찾아갔다. 가기전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하나 뽑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가르쳐 주셔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음료수와 레포트를 쭈삣쭈삣 내밀었다. 교수님께서는 수고했다 하시며 나중에 좋은 소식 가지고 다시 봤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네, 교수님.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교수님과 인사를 하고나서 캠퍼스를 좀 걸었다. 차가운 바람이 소매를 타고 들어와 가슴을 섬뜩하게 했다. 마지막 레포트까지 냈기 때문인가, 가슴 한켠에 휑한 바람이 이는 듯 했다. 마지막... 이제 학교에서 보냈던 모든 것들과 결별할 시간이구나. 오늘따라 날씨는 더욱 내 가슴을 시리게 했고, 캠퍼스 안의 모든 것들, 겨울나무와 인문대 건물과, 플랜카드와 사람들이 저마다 안녕, 이라고 말하는 듯 했다. 안녕. 한때 낭만을 꿈꾸었던 것들이여. 그래, 이제 안녕이구나. 나도 쓸쓸히 그렇게 답하는 눈길을 보냈다.

 

그래, 이젠 새로운 시작이다. 모든 이별하는 것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가슴 한켠에 눈처럼 쌓이는 것이리라. 그렇게 쌓여서 '내'가 되는 것이겠지. 눈물은 털어내고 가벼이 안녕, 인사를.

'어느푸른저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 대합실, 크리스마스  (0) 2005.12.27
위악과 위선  (0) 2005.12.23
이를 악 물고!  (0) 2005.12.07
문득 문득  (0) 2005.11.24
바닷가에서  (0) 2005.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