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지극히 단조로운 생활을 하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신경을 다른데 쓰고 있어서인지 일기 쓸 일이 별로 생기지 않는 것 같다. 어쩌면 내 강박으로 인해 그런 것일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요즘은 예전보다 더욱 단순한 생활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늘 단순하고 열정적인 생활을 동경하며 살고 있긴 하지만 삶이 어디 생각대로만 되는 것이던가.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어느새 그냥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후회하고는 했었지. 하지만 이젠 그런 흐지부지한 삶이 아니라 꽝꽝 언 얼음처럼 팽팽하고 긴장된 삶을 살려고 한다.
물론 이러한 다짐은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이다. 교수님께서는 내가 삶에 대해 배짱이 없다고 하셨지만 나는 좀더 현실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그것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하길 원한다면 언제 어떤 형태로든 그것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믿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지금 나는 더욱 단단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더욱 차가워지지 않으면 안된다. 이 겨울처럼 냉혹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위해 하는 것이다. 남들처럼 그것이 전부인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내게 있어 그것은 단지 내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수단일 뿐이다. 그래, 단지 그 뿐이다.
생계를 위한 일에 나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 그것은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기만 하면 된다. 더 이상의 물질적 부는 내게 사치일 뿐이요, 필요치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조금의 불편은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불편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함으로써 충분히 보상되고도 남을 것이다. 어차피 나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도록 태어나지는 못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만을 추구하며 살아가지 않을 것이다.
한 친구가 있다. 인간의 삶과 사회생활이란 결국 비겁하고 비굴한 것이 아니겠냐고 달관한 듯 말하는 친구. 나는 그의 가치관이 더욱 치졸하게 느껴진다. 그래, 너는 그렇게 살아라. 나는 너를 비난하지 않겠다. 그것은 네 인생일 뿐. 내가 뭐라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르지만 나는 네 가치관을 인정하겠다. 하지만 나는 결코 그렇게 살지 않겠다. 나는 최소한의 생활로도 충분히 행복한, 그런 삶을 살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를 악 물고 이 겨울을 견뎌야 하리라. 혹독한 기다림의 시간을 견디고 나면 나는 비상하는 한 마리 나비가 되어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겠다.
이를 악 물고 삶을 견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