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달려라, 그대!

시월의숲 2006. 5. 12. 23:53

김애란의 소설집 <달려라, 아비>를 읽고 있다. 등단할 때 화제가 된 소설가여서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이제서야 그녀의 소설을 읽고 있다니...

 

일곱 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데 마지막 한 편만을 남겨놓고 있다. 단편 소설집을 읽을 때면 항상 한 편을 읽고 나서 조금 시간을 두고 다음 소설을 읽는 편인데, 그렇게 하지 않고 한꺼번에 읽어버리면 머릿속에서 이야기가 섞여 버릴 것 같기도 하고 단편 고유의 의미를 잃어버릴 것 같아서 그냥 그렇게 읽는다. 물론 시간이 좀 걸린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뭐, 소설에 대한 감상문을 쓰려는 것은 아니고... 그저 작가의 나이가 나와 같다는 사실과 그런 그녀가 벌써 책 한 권을 세상에 내 놓았다는 사실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내 무기력과 게으름이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곳에 자학이라도 하면 기분이 좀 나아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인데, 지금 생각해보니 비겁한 짓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부럽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나 자신에 대한 알량한 위안이라도 얻어보려는 몸부림. 부질없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 것을...

 

어쨌거나 그녀의 소설은 아름다웠다. 삶과 세상에 대해 엄살떨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유머러스하고,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며, 적당히 날카로운 문체, 그리고 무엇보다 삶을 끌어안게 만드는 아름다운 상상력.

 

내 옆에 그녀의 책이 놓여있다. 그 책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 책이 내게 무어라고, 무어라고 자꾸 말하고 있는듯 하다. 뭐라고?

 

달려라,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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