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나는

시월의숲 2006. 5. 14. 16:23

 

나는,

내 두 손을 고대의 비밀처럼 꼭꼭 봉인해 놓은채 

누군가가 내밀어 줄 손길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구나

온갖 변명과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무장한 채,

세상은 더럽고,

그 속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인간들도 모두 썩었다고

모두 거기서 거기라고, 죽어도 어른들처럼 굳어버리긴 싫다고

홀로 고결한 척, 홀로 순수한 척 고상을 떨고 있었구나

그래서,

내가 먼저 손을 내밀줄도 몰랐구나, 나는

 

이제라도,

누추하지만 용기를 내어 손을 내민다.

내가 나에게 내미는 최초의 악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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