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월드컵 열기로 온나라가 뜨겁다.
마치 치명적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처럼, 한 사람이 '대,한,민,국'을 외치면 반사적으로 이어지는 구호! 다음 사이트도 온통 붉은 색으로 도배를 해 놓은 걸 보니 그 열기가 더욱 실감이 난다. 더구나 토고전에서 우리나라가 이기지 않았나! 물론 경기 내용에 대해서 이래저래 말이 많지만.
글쎄...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고 축구라면 더더욱 질색이라서 월드컵이라고 해도 별 감흥이 없다. 그래도 다른 나라와 하는 경기이니, 이겼나 졌나 하는 것 정도는 관심이 가지만, 그리고 당연히 우리나라가 이기기를 바라지만, 사람들의 그 유별난 열기에는 왠지 가담할 수가 없다. 뭐랄까, 좀 부담스럽다고 해야하나...
내가 축구를 좋아했다면 좀 달라졌을까? 아니, 이건 축구를 좋아하고 싫어하고의 문제가 이닌 것 같다. 축구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한일전이나 월드컵 같은 것에는 관심을 가지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애국심의 부재 때문에? 이것도 아닌 것 같다. 응원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애국자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애국자가 아니라는 논리는 너무 편협하지 않은가. 그건 초등학생에게 물어보아도 알 수 있다.
물론 그런 열기에 휩싸인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고, 그것이 비난 받을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어쩌면 남다른 그 신명이 있기 때문에 축구에서도 이기는 것이며 천만관객이 넘는 영화도 나오는 것이리라. 하지만 나는 왜 그런 열기가 부담스러운걸까? 그 열기가 식은 후의 냉담함 때문에? 만약 그렇게 응원하던 우리나라가 진다면 어떨까. 이기기를 열망한 만큼 실망은 더 클 것이다. 지나친 기대는, 기대를 받는 자나 기대를 하는 자 모두에게 독이 될 뿐이다. 스포츠는 이기는 것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땀방울을 보고자 함이 아닐까. 이기는 것은 그 다음 문제이고.
아, 말을 해놓고 보니 일반론적인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남들도 다 아는 이야기를 뭐 이렇게나 장황하게 하고 있는지...ㅜㅠ 어쨌거나 응원은 하고 볼 일이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사람들도 응원 그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