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하토>란 영화를 보았습니다. 인터넷으로 무료영화를 볼 수가 있더군요! 물론, 크게 인기를 끌었던 영화들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뭐,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 있겠죠.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그 사이트에는 주로 개봉한지 오래 된 영화들이나 예술 영화들, 혹은 거의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영화들을 올려 놓습니다. 그래도 그 중 몇 편은 그나마 꽤 알려진 영화들이거나 비교적 최근에 개봉했지만 흥행을 하지 못한 영화들입니다. 매번 같은 영화들이 일정 주기로 반복되어 올라오기 일쑤인데, 그래도 전 그 사이트가 맘에 듭니다. 평소에 보고 싶었지만 보지 못했던 영화들이 올라오기도 하니까요. 저번에 본 <그녀에게>와 <토탈 이클립스>가 그랬거든요. 그리고 이번에 본 <고하토>란 영화도 그렇고.
예전에 이 영화에 대한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게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이동진 기자가 쓴 그 글이 제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거든요(개인적으로 그 기자가 쓴 영화평들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암튼 그때 읽은 영화의 느낌을 가지고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게 영화를 보는데 어떤 선입관을 갖게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자꾸 옆으로 새려고 하네요. 어쨌거나 영화는 한마디로 말해서 신선조라는 일본 사무라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좀 더 자세히 말한다면 카노(마츠다 류헤이)라는 열여덟 살의 아름다운 무사가 신선조라는 조직에 들어가면서 발생되는 상황을 담고 있습니다. 네, 쉽게 말해 게이 사무라이물이라고 해야겠군요. 하지만 그렇게 말해버리면 이 영화의 매력이 거의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이 영화는 고상하게도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고 있거든요.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무엇이길래 사람을 옴싹달짝 못하게 하는 것인지요. 카노가 조직에 들어온 이후 조직은 술렁이게 됩니다. 그와 함께 뽑혀 들어온 타시로(아사노 타다노부)는 대놓고 그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조직의 부장과 다른 동료들도 그의 아름다운 외모에 점차 빠져들게 되지요. 급기야는 살인까지 일어나게 되고요.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매혹적이고도 맹목적인 아름다움에 바치는 어쩔 수 없는 찬가로 보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조직의 분열이 카노 때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를 없애지 못하는 부장(기타노 다케시)의 고뇌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소지(다케다 신지)가 부장에게 해주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도 알 수 있고요.
아름다운 이야기가 어디 남녀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던가요? 진정한 아름다움은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모든 사람이 다 수긍하게 되는 것이 아닐런지요. 하지만 다수가 아름답게 생각한다고 해서 그것이 꼭 나에게도 아름다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주관적인 거잖아요. 그럼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그건 어쩌면 소지가 부장에게 하는 이야기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형이상학적 탐구를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것이 이끄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과 그에 대한 찬사를 담고 있을 뿐이지요. 그러니까 아름다움이 지닌 여러 속성 중의 하나에 대한 영화라고 해도 되겠군요.
어쨌거나 영화는 괜찮았습니다. 주인공 카노 역의 마츠다 류헤이는 좀 미숙한 듯 보였지만 그 독특한 외모만으로도 충분히 그 역에 맞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준기가 그랬던 것처럼요. 기타노 다케시나 아사노 타다노부(비중이 적어서 좀 아쉬웠지만)의 연기도 좋았고요. 아, 그리고 최양일이라는 배우를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배우라기 보다는 감독으로 더 유명하지만 말이죠. 재일교포라서 그런지 더 기억에 남더군요. 아, 그리고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 영화의 감흥을 더욱 배가시키는 그의 음악 또한 이 영화에서 빼놓으면 안되겠지요. 묘한 아름다움과 매혹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의 음악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아마도 덜 매력적이었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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