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지나침

이승우, 《식물들의 사생활》, 문학동네, 2000.

시월의숲 2007. 12. 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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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나무들은 좌절된 사랑의 화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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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진정으로 소망한 것은 이 세상에서의 자리찾기를 포기하고 만 자신을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는 초월의 정신이거나 무감각이었을 거라는 생각은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것은 존재의 변신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 아닌가. 지금의 존재를 버리고 전혀 다른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그의 변신에 대한 꿈은 얼마나 크고 절망적인 욕망인가. 존재를 건너뛰려는 욕망만큼 큰 욕망이 어디 있는가. 욕망을 지우려는 욕망만큼 절망적인 욕망이 어디 있는가.(2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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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다 다르다, 하고 나는 나에게 말했다. 사랑한다는 내용은 같아도 사람들이 사랑을 하는 방식은 하나도 같지 않다. 백 명의 사람들은 백 가지 방식으로 사랑한다. 그러니까 특별하지 않는 사랑은 하나도 없다.(266쪽)

 

 

- 이승우, 《식물들의 사생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