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날
잠이 덜 깬 얼굴로
강가를 서성인다
겨울은
꽁꽁 얼었던 기억을 품은 채
강물과 맞잡았던 손을 풀어헤치고
어느새 따사로운 햇살을
그 위에 부려놓았다
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돌아봐야 하는 날들은 점차 늘어가고
내다봐야 하는 날들은 점차 줄어감에
내 육신은 점차 투명하게 지쳐간다
조금 슬픈 듯, 그렇지 않은 듯
강가에 턱을 괴고 앉아
아직은 찬기운이 묻어있는 바람에 얼굴을 내밀고
부서지는 햇살에 눈을 적신다
잠이 깬다
삼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