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삼월

시월의숲 2008. 3. 1. 15:05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날

잠이 덜 깬 얼굴로

강가를 서성인다

 

겨울은

꽁꽁 얼었던 기억을 품은 채

강물과 맞잡았던 손을 풀어헤치고

어느새 따사로운 햇살을

그 위에 부려놓았다

 

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돌아봐야 하는 날들은 점차 늘어가고

내다봐야 하는 날들은 점차 줄어감에

내 육신은 점차 투명하게 지쳐간다

 

조금 슬픈 듯, 그렇지 않은 듯

강가에 턱을 괴고 앉아

아직은 찬기운이 묻어있는 바람에 얼굴을 내밀고

부서지는 햇살에 눈을 적신다

 

잠이 깬다

삼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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