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떨림

시월의숲 2008. 2. 25. 20:29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거나, 과거 잊혀졌던 사람과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경우처럼 나를 떨리게 하는 것은 없다. 언젠가, 고등학교 동창을 우연히 만난 일이 있었는데 그가 나와 많이 친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손이 떨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었다. 이것이 소위 낯가림이라는 것일까? 그래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식사자리가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것이 된다. 그냥 보는 것도 긴장되는데 음식을 먹는다니! 흔히 서먹한 사이일 경우, 무언가를 같이 먹음으로써 좀 더 친밀해 질 수 있다지만 난 전혀 아니올시다, 다.

 

그래서인지, 친한 친구도 별로 없다. 흔히 오지랖이 넓다는 사람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그러니까 결국 이런 내가 무지 싫다는 거다.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사람이란 별거 아닌 존재들이라고 느끼지만 실제 살아있는 사람 앞에 서면 떨리는 가슴을 어찌할 수 없다. 그러니까 로맨틱하고 매혹적인  떨림이 아니라 인간이 미숙하여 생기는 긴장된 떨림 말이다. 꼭 바보가 된 것 같은 그 어리석은 떨림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그럴려면 우선 인터넷부터 끊어야 할 것인가? 아, 그건 좀 다른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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