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지나침

파스칼 브뤼크네르, 《아름다움을 훔치다》, 문학동네, 2001.

시월의숲 2008. 7. 23. 20:03

거짓말쟁이에게 최악의 사태는 어쩌다 한 번 그가 진실을 말하게 되는 경우에도 사람들이 그걸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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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녀들일까, 신사분들? 왜냐면, 유명한 경구와는 반대로 아름다움은 행복의 약속이 아니라 재앙의 확신이기 때문이지. 아름다운 존재들은, 남자거나 여자거나, 우리 속으로 내려와서 그 완전무결함으로 우리를 조롱하는 신들이니까. 지나는 곳마다 분열과 불행을 뿌리고 각 인간을 제 자신의 하찮음으로 돌려보내는 존재들이지. ()는 아마도 빛, 그러나 밤을 더 어둡게 해주는 빛이야. 그것은 우리를 아주 높이 들여올렸다가 곧바로 바닥에 내팽개쳐버려 사람들은 그것에 접근했던 것을 후회하게 되지.(171~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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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아름다움은 더할 나위 없는 부당함이야. 단지 그 외관만으로 어떤 자들은 우리를 격하시키고 산 자들의 세계에서 우리를 제외시켜버려. 왜 그들이고 우리는 아니란 말인가? 누구나 언젠가는 부자가 될 수 있어. 그러나 우아함은, 태어날 때 갖고 있지 않으면 결코 잡히질 않아. 자 이제 신사분들. 당신들이 나처럼 아름다움이 하나의 치욕이라고, 순박한 자들에 대한 하나의 테러 행위라고 인정한다면, 거기서 중요한 결론을 도출해야만 하겠지. 요컨대 아름다운 자들은 우리를 모욕한다. 그들은 우리에게 저질러진 그 모욕을 만회할 기회를 빚지고 있다. 당신들도 동의하지, 안 그래?(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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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행위는 한 가지 단순한 원칙에 근거하오. 시선의 박탈. 우리 포로들을 추하게 만드는 게 무엇인지 아시오? 아무도 그들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 아름다움이란 오직 찬미되는 상태로서만 존재하오. 그것은 온통 과시로 이루어지지. 아름다움으로 당신 눈을 돌리지 말아보시오. 아름다움은 시들어버린다오. 여기서 우리가 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오. 저 신성한 피조물들에게, 환장하도록 자기 도취에 빠져 있고 하루하루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표를 던져야만 하는 그 존재들에게, 우리는 단칼에 그 생명력의 원천을 잘라버리오. 그들을 부양하는 눈초리와 찬양의 그 모든 회로망을 끊어버리는 것이오. 그 오만한 조각상들이 시선의 탐욕에 고통받았다고? 사람들이 저 외관의 세계에서 망막으로 그들을 음미했다고? 우리는 그들을 최상의 오욕에 내맡기오. 즉 비가시성으로.(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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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기 위해서 나는 이미 여성에게 부과된 두 가지 숙명을 거부했어요. 가정과 출산. 그리고 이제 뿌리쳐야 할 세번째 숙명이 남아 있었죠. 성욕 바로 그것. 나는 조금씩 조금씩 사랑의 세계에서 물러났고, 그것이 나를 외면하기 전에 내가 먼저 고개를 돌렸어요. 나는 유혹과 거짓된 외양의 경기장을, 그 모든 열광과 착란의 무대를 떠났어요. 내가 아름다웠을 때는 그걸 몰랐어요. 그걸 알게 되자 나는 이미 아름답지 않았어요. 내가 어찌어찌 눈속임에 성공했더라도 시간이 금세 모든 걸 제압하고 말더군요. 나는 새파랗게 어린 여자애들이, 세상에 자랑할 거라고는 나보다 이십 년 후에 태어났다는 것밖에 없는 그런 여자애들이 내게서 구애자를 가로채고, 내 지위를 빼앗는 것을 보았지요. 나는 곧 눈부신 존재이기를 그만둘 것이며 숭고한 귀족층에서 일반 평민으로 전략할 것이었죠. 젊다는 것은 평생을 두고 대가를 치뤄야 하는 덧없는 특권이랍니다.(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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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체스카, 아름다움은 전혀 중요치 않아요. 그건 대다수 사람들이 어떤 타입의 용모에 대해 보이는 덧없는 일치에 불과해요. 차라리 아무도 아름답다고 하지 않는 데서 찾아보는 편이 훨씬 풍요롭다구요. 기이한 것, 비정상적인 것, 심지어 천박한 것들 속에서요. 불완전함은 우중충한 규칙성보다 훨씬 매혹적이에요. 진짜 마음을 흔들어놓는 얼굴은요, 결점들이 잘 어울려서 배치된 조합이라구요!(273~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