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부디 그러하기를

시월의숲 2008. 11. 28. 21:15

오랜만에 본 고모와 사촌들은 조금 침울해진 것도 같았으나, 걱정 했던 것 만큼은 아니었다. 다행히도 시간이, 그들이 겪은 큰 상처를 치유해 주었던 것이다. 만약 그 일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무거운 짐처럼 짊어지고 살았을 커다란 불행에서 놓여날 수 있었을까 하는, 어찌보면 잔인한 생각마저 든다. 너무나도 나약했던 사람, 자신의 삶을 통제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져버린 그 사람에게 이젠 연민마저 느낀다. 그에게서 놓여난 고모네 가족들은 어쩌면, 지난 날 그와 함께 했던 추억들 때문에 때로 가위에 눌리기도 하고 폭도같은 슬픔이 찾아오기도 하겠지만, 이전보다 더 홀가분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부디 그러하기를 바란다. 내가 감히 가늠할 수 없는 그들의 슬픔이겠지만, 조금이나마 가벼워졌기를. 나는 고모가 행복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게 내 행복이기도 하니까. 내 어린 사촌들도 씩씩하게 삶을 살아나갈 수 있기를, 부디 강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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