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이상하지, 사람의 마음이란

시월의숲 2008. 11. 21. 00:05

오늘 드디어 보일러 기름을 넣었다. 가격은 십이만오천원. 오늘 아침 출근을 하려고 하는데 주인 할머니께서 방이 커서 웃풍이 센데 보일러를 틀지않고 전기 매트만 가지고 지낼 수 있겠느냐며 걱정스런 얼굴로 내게 물으셨다. 나는 안그래도 날씨가 많이 추워져서 조만간 기름을 넣어야 겠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오늘 당신도 기름을 넣는데 같이 넣지 않겠느냐고 하셨다. 돈은 나중에 주면 된다고. 그래서 기름을 넣었다. 퇴근하고 집에 와 기름양을 확인하니 여간 뿌듯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조금 더 오래 보일러를 틀어서 방을 데웠다.

 

기분이 이상했다. 전화로 주유소에 전화를 걸면 바로 배달해주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또 그럴 금전적인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름을 넣기 전과 넣고 난 후의 마음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다니. 언제든지 보일러를 틀어 방을 따뜻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보일러를 틀지 않고도 이렇듯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줄 줄은 몰랐다. 이건 마음의 여유가 생겼기 때문일까? 어쩌면 나는 주유소에 전화해서 집을 알려주고 주유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그래서 기름을 넣고 돈을 지불하고 하는 일련의 절차(생각해보면 정말 간단한 것임에도 불구하고!)가 무척이나 싫었나보다. 그냥 피곤한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나도 참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인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 그렇다면 제목을 이렇게 바꾸어야겠군. 이상하지, 나란 인간의 마음이란.

 

암튼 지금이라도 보일러를 틀 수 있어서 좋다. 되도록 아껴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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