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어느 장례식 풍경

시월의숲 2008. 11. 30. 09:30

장례식장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다. 다섯 형제들의 지인들이 두루 섞인 장례식장은 조금 분주해 보였고, 가끔씩 터져나오는 웃음소리는 오히려 그곳의 분위기를 활기에 차 보이게 했다. 사람들은 호상이라며 그 죽음을 평했다. 실제로 죽은 그 사람은 여든을 넘긴 나이에 긴 병치레를 하지 않고 죽었다. 그의 다섯 형제들의 얼굴에는 예전부터 죽음을 준비해 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담담함과 여유가 보였다. 한 사람의 죽음이, 사람들을 비탄에 잠기기 할 수 도 있지만, 이렇듯 가볍게 할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새삼 들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남겨진 자들은 각자의 시간차는 있을지라도 모두들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그리고 그 자신도 끝내 죽는다. 장례식장에 가면 인간의 유한한 생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다. 물론 죽은 사람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었을 경우에는 인간 삶의 유한함 따위는 당장의 슬픔 때문에 생각나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죽음이 남겨진 자들에게 가벼움이 될 수도 있음을 알겠다. 하지만 슬퍼할 시간도 분명 필요할 것이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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