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마지막이라는 말은 하지 말아요,

시월의숲 2011. 7. 19. 00:00

혼자서, 해리포터를 보고 왔다. 바야흐로, 드디어, 마침내 이 거대한 시리즈의 마지막 편을 내 눈으로 똑똑히 지켜본 것이다. 마지막이라는 말은 왜이리도 묘한 슬픔을 안기는지.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울컥하는 순간들이 찾아와서 손가락으로 눈을 꼭꼭 눌러야 했다. 내가 해리포터 시리즈에 그리 애착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런 감정은 도대체 무엇인지. 여름마다 찾아온 친구같은 영화였는데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좀 감상적이 되었나 보다. 이 영화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영화와 함께 인생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주인공들일 것이다. 첫번째 영화 속에 나오는 해리포터와 마지막 영화 속에 나오는 해리포터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 영화를 본 이들은 모두 그 시간을 함께 했으며 그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주인공들에게는 이 영화가 그들의 인생에서 무척이나 특별한 어떤 것이 되었겠지. 그 아찔하고 아득한 시간의 흐름. 그 흐름의 한 순간을 담아내는 영화라는 예술. 인생의 어느 한 순간을 그렇게 사는 것도 참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그것'만을 위해, 자신의 온 몸과 마음을 오롯이 바치는 것. 아무런 회한도 남기지 않은채. 해리포터가 끝나니 나도 인생의 어느 한 지점을 통과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가슴이 헛헛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