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4시의희망

사라지지 말아요

시월의숲 2011. 12. 2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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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도 이제 반이 지나갔다.

 

어느새 라던가, 눈 깜짝할 사이에, 혹은 벌써 같은 말들은 이미 너무 식상하다. 그건 뱉자마자 아니, 내뱉기도 전에 이미 죽어버린 말과 같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부지불식간에 내 입을 통해 밖으로 내뱉어진다. 너무도 익숙하게, 너무도 자연스럽게. 아프다 말하지 않고도 아픔을 표현할 수 있고, 슬프다 말하지 않고도 슬픔을 표현할 수 있으며, 사랑한다 말하지 않고도 사랑한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어느새,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같은 말들을 쓰지 않고도 시간의 속절없음을, 세월의 무상함과 덧없음을, 인간이 유한한 존재임을, 그래서 한없이 안타깝고, 한없이 아름다울 수 있음을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그렇게 쓰고 싶어하는 소설이라는 것도 결국 그런 것이 아니던가? 어느 하나의 생각 혹은 주장을 말하기 위해 배경과 인물, 사건이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뚜렷한 줄거리나 사건이 없는 소설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소설은 그런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작가가 생각하기에 그러한 방식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 것일 뿐. 하지만 내가 구사하는 간접화법은 그리 세련되지 못하다. 12월도 반이 넘게 지나갔다는 사실에서 오는 알 수 없는 안타까움을 표현하기 위해 나는 결국 이런 재미없는 방식으로 글을 써버린 것이다. 어쨌거나 지나온 시간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벽돌처럼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다. 그렇게 믿고 싶은 12월의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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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당신, 사라지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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