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4시의희망

다 외로운 말

시월의숲 2011. 12. 2. 21:44

  직장 동료가 그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외로워 보이죠?"

  그는 대답했다.

  "내게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는 유일한 친구가 있다면 그건 외로움이에요. 그러니까 외로움과 나는 무척 친하다는 말이죠. 외로워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그녀는 재밌다는듯 큰 목소리로 웃었다. 그도 따라서 큰소리로 웃었다. 하지만 웃고 난 후 스며드는 쓸쓸함까지는 그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외로움과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그녀는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만 해요. 친구를 사귀는 것과 같죠. 여타 친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절교를 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해야할까? 그러니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수 밖에요. 일단 받아들이면 마음이 한결 편해져요. 쓸데없이 안달하지 않아도 되고."

그녀는 알듯 모를듯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엷은 미소를 띤 채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그는 자신이 한번도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항상 대답을 준비하고 다닌 것처럼 자연스럽게 대응하는 것에 스스로도 놀랐다. 그리고 이내 생각에 잠겼는데, 자신이 한 대답이 정말 자신에게 해당하는 것인지, 정말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고민조차 익숙한 것이라는듯 그는 자신의 외로움 속으로 다시 걸어들어갔으며,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보이지 않는 장막을 자신의 주위에 드리웠다. 그것이 그가 삶을 사는 방식이었다. 그는 곧 외로움이었던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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