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제 깨달았네, 루카스, 모든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그 외엔 아무 것도 없다는 걸. 독창적인 책이건, 보잘것없는 책이건, 그야 무슨 상관이 있나. 하지만 아무 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타인의 증거', 133쪽)
*
― 제가 관심 있는 것은요, 당신이 쓰시는 글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니면 꾸며낸 이야기인지 하는 점이에요.
나는 실제로 일어난 일을 쓰려고 하지만, 어떤 때는 사실만 가지고는 이야기가 안 되기 때문에 그것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고, 그럴 용기도 없는 나 자신이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을 미화시키고, 있었던 일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있었더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그런 얘기를 쓴다고 했다.
그녀가 말했다.
― 그래요. 제일 슬픈 책들보다도 더 슬픈 인생이 있는 법이니까요.
내가 말했다.
― 그렇죠. 책이야, 아무리 슬프다고 해도, 인생만큼 슬플수는 없지요.('50년간의 고독',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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