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서(書)

고백

시월의숲 2014. 11. 3. 20:42

  나는 전기로 기록될 만한 그런 인생을 살았던 사람들에게, 혹은 직접 자신의 인생을 자서전으로 쓸 수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비록 이 감정이 확실한지 아닌지는 알지 못하지만, 막연한 질투의 감정을 느낀다. 상호 어떤 연관성도 없고 연관성을 구축하고 싶다는 소망조차 배제된 인상만을 이용하여, 나는 사실 없는 내 자서전, 삶 없는 내 인생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이것은 내 고백이다. 내가 고백 속에서 아무것도 털어놓지 않는다면, 그건 털어놓을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고백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이고, 고백을 해서 유용한 것은 과연 무엇인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이란 모든 이에게 일어나거나, 혹은 우리에게만 일어나거나 둘 중의 하나다. 첫 번째 경우라면 새로울 것이 없고, 두 번째 경우라면 타인들을 납득시킬 수가 없다. 내가 느낌을 글로 쓰는 이유는, 바로 그러한 방식으로 내 느낌의 열기를 낮추기 위해서다. 어차피 아무것도 의미가 없으므로, 내 고백 역시 무의미하다.(42쪽,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봄날의책,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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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어놓을 것이 하나도 없음을 털어놓는다. 고백할 것이 없음을 고백한다. 새로울 것 없는 일은 새로울 것이 없고,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라면 타인을 납득시킬 수 없다. 아무것도 의미가 없으며, 내 고백 역시 무의미하다. 나는 오로지 느낄뿐이므로, 내 느낌은 늘 과도한 열기를 품는다. 그러한 열기를 낮추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느낌을 글로 쓴다. 나는 무의미하고, 무용하며, 무가치하고, 상호 연관성이 없는 불가능 그 자체이며, 삶 없는 인생이다. 이것이 고백할 만한 가치가 없는 내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