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간다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시월의숲 2016. 3. 27. 21:48



햇빛이 밝게 빛났으나 하늘은 뿌옇게 흐렸다. 뿌연 대기 속을 뚫고 비치는 햇빛이 신기하여 새삼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삼 월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일요일이었지만, 나는 내 일주일의 유일한 낙인 주말의 늦잠을 포기하고 영화를 보러 갔다. 굳이 조조영화를 보기 위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 시간대에 사람이 별로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일찍 일어날 수 있었다. 늦잠까지 포기하면서 보러 간 영화는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가 워낙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슈퍼맨보다는 배트맨에게 더 끌렸으나, 잭 스나이더의 '맨 오브 스틸' 또한 다른 의미에서 인상적이었으므로, 그 두 캐릭터가 한꺼번에 나오는 영화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두 히어로의 대결도 대결이지만, 그들이 대립하게 되는 이유(강한 힘을 가진 자는 그 힘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가?, 거대한 악을 물리친다는 명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없이 죽어야만 하는 것인가?)가 또한 흥미를 자극했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그들보다 더욱 강력한 적을 등장시킴으로써 그 둘을 연합하게 만들고, 거기에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추후에 나올 저스티스 리그를 예고하면서 끝나지만, 앞서 제기했던 물음에는 아무런 답을 해주지 않는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진지하게 파고들었다면 아마도 이 영화는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아트하우스 영화가 되었겠지만, 그래도 크리스토퍼 놀란의 고뇌하는 '배트맨'이 워낙 강렬했기에, 그와 비교해서 다소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은 크리스토퍼 놀란이고, 잭 스나이더는 잭 스나이더이기에, 나는 잭 스나이더의 '배트맨 대 슈퍼맨'도 마음에 들었다. 이 영화는 이전의 시리즈와는 별개로 즐길만 했던 것이다. 더구나 이렇게 인상적인 원더우먼의 등장이라니! 각각의 수퍼 히어로들이 한 세계관 안에 등장한다는 설정 자체가 조금 억지스러운 느낌도 있으나(물론 원작 만화가 있다고는 하지만, 애초에 그들 각각의 능력과 배경, 개성이 너무나 다르지 않은가! 어벤저스도 조금 뜨악한 면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건 그것대로 또 즐기면 될 일이다. 이 영화 자체로도 충분히 재미있었지만, 이 영화가 앞으로 나올 거대한 프로젝트의 시작이라는 면에 더욱 기대가 된다. 그렇게 한 계절이 가고 또다른 계절이 오는 것이다.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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