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의 <밀정>은 심리드라마였다. 최초에 내가 생각한 <놈놈놈>의 화려한 액션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최소한도로만 있었다. 이 영화는 그러니까, 이정출 역의 송강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어떤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는 또한 빛과 어둠, 그 명암의 대비가 도드라지는 영화이기도 했다. 이정출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심리의 변화 혹은 그가 처한 미묘한 상황을 명암의 대조로 표현해내고 있고, 그것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액션보다는 각각의 인물들의 관계와 그들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변화가 상당히 인상적인 영화다.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영화는 무엇보다 연기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이정출 역의 송강호는 물론 공유의 연기도 좋았지만, 하시모토 역의 엄태구가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조금만 건드려도 폭발할듯 보이는 연기가, 광대뼈가 도드라진 그의 외모와 어우러져,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한지민도 인상적인 장면 하나를 보여주고 있고, 이병헌은 이 영화에서 그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 주었다.. 또 좋았던 것 하나는 음악이었다. 영화의 후반부에 볼레로에 맞춰 진행되는 시퀀스는 처음부터 차곡차곡 쌓아왔던 감정의 폭발을 보여주기에 더없이 적절했던 것 같다. 그것이 비록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에서 가장 허구적인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영화만이 부릴 수 있는 마법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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