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나를 위해 썼을 뿐인 이 일기를 사람들은 몹시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부자연스러움이 바로 나의 자연스러움이다. 정신의 생애를 세밀하게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 외에 내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기쁨이 또 뭐가 있단 말인가? 게다가 그 일을 하기 위해 그리 큰 정성을 기울일 필요도 없다. 특별한 순서로 글을 배치하는 것도 아니고, 스타일을 특별하게 가다듬는 것도 아니다. 이 글의 언어는 지극히 당연하게도 평소의 내가 생각할 때 구사하는 그런 언어다.
나는 외부세계가 곧 내적 실제인 인간에 속한다. 나는 이것을 형이상학적인 사변이 아니라 우리가 실제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그런 감각으로 인지한다.
어제의 경박함은 오늘의 내 인생을 갉아먹는 그리움이다.(782쪽,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봄날의책,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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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연스러움이 바로 나의 자연스러움이다. 정신의 생애를 세밀하게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 외에 내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기쁨이 또 뭐가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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