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아픔의 방식

시월의숲 2019. 1. 28. 21:14

이렇게 아픈 적은 처음이다. 아직도 다 낫지는 않은 거 같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가는 것 같다. 오전까지는 말도 제대로 안나오고 타자도 제대로 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비교적 멀쩡한 정신으로 타자를 치고 있으니. 이렇게 아픈 적은 처음이라고 했지만, 호되게 아팠다는 것이 아니라 아픔의 형태 혹은 방식이 평소의 아픔과는 달랐다는 말이다. 아픔의 깊이라기보다 아픔의 증상이 달랐다고 해야할까. 이건 내가 평소에 아팠던 경험과는 전혀 다른 전개라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아프면서도 이게 도대체 뭔가 하는 의아함이 더 컸다. 몸살이긴 몸살인데, 평소의 감기몸살로부터 비롯되는 기침과 콧물, 발열, 목아픔 등의 증상이 아니라 그저 아프다는 느낌. 그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뒷목이 몹시 뻐근하고, 둔탁한 둔기로 몸을 수차례 맞은 거 같고, 몸이 자꾸 밑으로 쳐저서 걷기가 힘들고, 정신과 몸이 분리되는 것 같고, 시도때도 없이 오한이 들고 식은땀이 흥건하고, 약간의 미열도 났다. 그렇다고 속이 안좋은 것도 아니었고, 전형적인 감기 증상도 아니었기에, 처음에는 도대체 이게 뭐지? 하는 의아함이 들었는데, 그런 생각을 더 할 겨를도 없이 몸이 아파서 지난 주말 내내 누워만 있었다. 이미 나흘 전 쯤에 보건소에서 삼일 치의 약을 받아 먹고 있었으므로 주말에 쉬면 말끔히 나을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쩌면 쉬었기 때문에 더 아픈 건지도 몰랐다. 일을 하면 긴장을 하여 통증이 줄어들 수 있는데, 주말에는 오로지 나와 고통, 즉 병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픔과 일 대 일로 대면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주말 동안 나는 아픔과 일 대 일로 싸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오롯이 나를 아픔에 바쳤다는 생각도 든다. 이틀 동안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만 있었으니 말이다.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 싶어 억지로 일어나 밥을 조금 먹은 것 외에는. 내 몸이 마치 고통의 전장이 된 것 같았다. 이런 아픔의 방식은 처음이었다. 이런 식의 고통은 처음이었다. 오늘, 겨우 일어나 일터로 나가 오전일을 끝마치고 오후에 조퇴를 하고 병원에 갔다. 의사도 내 이런 증상을 말하니 왜 그렇지? 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감기도 아니고, 속이 탈이 난 것도 아닌데 왜 몸살이? 나는 지난 주에 야근이다 뭐다 해서 무리를 해서 그런게 아닌가 말했더나 의사는 그럴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또다시 삼일 치의 약을 지어서 집으로 왔다. 이제는 나아가는 중인지 증상이 완화되어 가는 것 같지만 아직 모를 일이다. 내일 또 어떤 아침을 맞게 될지... 이게 한 살 더 먹었다는 신고식일까. 그 나이라는 것은. 그런 식으로 생각하긴 싫지만 어쩐지 그런 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 또한 아픔의 또다른 증상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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