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에 이어 <사바하>를 보았다. <검은 사제들>을 인상깊게 보았던지라 <사바하>도 내심 기대가 컸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지금은 그 기대가 충족되었는가? 무어라 딱 부러지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내가 이 영화를 별 감흥없이 보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이 영화를 굉장히 흥미롭게 보았다. 누군가는 박목사를 주축으로 하는 수사물로서의 재미가 덜하다는 평을 했는데, 수긍이 가는 말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보게 하는 힘이 이 영화에는 있었다. 우리나라 종교의 매우 세속적인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좀 아쉬웠던 점은 일찌감치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면서 마지막에 폭발하는 힘이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내게 <사바하>는 온갖 흥미로운 것들로 가득한 공간 속에서 정작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리기에는 부족했던 영화로 남을 것 같다. 그리고 배우들에 대해서는... 이정재는 능글맞고 세속적인 목사역을 잘 해내었고, 금화 역의 이재인도 느낌이 좋았지만, 무엇보다 정나한 역할을 맡은 박정민이라는 배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전혀 그런 색채의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영화에서 꽤 섹시했다.(섹시하다는 말의 적당한 한국어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매력적이다, 매혹적이다, 농염하다, 관능적이다... 다 비슷하긴 한데 딱 들어맞지는 않는, 뭐 그런 느낌이랄까.) 내게 <검은 사제들>이 박소담의 발견이었다면, <사바하>는 박정민의 발견이라고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