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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이란 세월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다. 언제나 그렇듯 그것은 내 안에서 어떻게든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내가 된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막을 내릴 때도 그랬지만, 어벤져스 시리즈가 막을 내리는 이 시점에도 나는 아무런 할 말이 없다. 그저 헛헛한 마음만이 가득하다.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어벤져스 시리즈를 제법 많이 봐 왔다는 걸 깨달았다. 몇 편은 보지 못했지만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3시간라는 시간이 이렇게 짧은 줄 몰랐다. 나는 이상하게 이 영화에 빠져들었고(빠져들 수밖에 없었고), 끝내 슬프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한, 헛헛한 감정에 젖어 영화관을 빠져나왔다. 정말 멋진 피날레가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마지막에는 박수가 저절로 나왔다. 그래,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한 영화인 것이다.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서,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나와 함께 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아마도 이 시리즈에 애정을 가지고 봐 온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