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만한지나침

크리스토프 바타유, 《다다를 수 없는 나라》, 문학동네, 2006.

시월의숲 2019. 4. 13. 17:49

카트린 수녀는 자신의 생각을 두꺼운 나뭇잎에 적어놓았다. 그녀의 일기는 긴 시와도 같았다. 그 속에서 자신의 새로운 생활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거기에 그려놓은 풍경은 더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심지어 몸이 아플 때에도 저녁이면 모닥불 불빛 아래서 베트남에 관한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써두었다. 그녀는 착하고 수가 많은 그 백성들과 끝도 없이 펼쳐진 논이 좋았다. 가끔은 자신의 나라와 가족들 생각도 했다. 그녀는 병정들이 하는 기도를 했다.

 " 하느님, 저에게 당신을 사랑할 힘을 주소서."

그녀는 그들의 공동 생활이며 도미니크 수사에 대한 칭찬의 말을 썼다. 그녀의 일기는 혼자서 생각에 잠길 수 있는 피정의 장소와도 같았다. 오직 하느님만이 그걸 알아보시는 것이었다.(62~6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