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감기를 앓다

시월의숲 2019. 12. 8. 00:17

갑작스럽게 감기에 걸렸다. 내가 늘 통과의례처럼 앓는 감기 증상의 전조도 없이, 이번 감기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원래 나는 감기가 걸리면 맨 처음 목의 통증으로 시작해서 콧물, 코막힘, 기침, 발열, 몸살 순으로 오는데, 이번에는 목아픔도 없이 바로 콧물이 줄줄(내 의지와는 다르게) 흘러나오고, 재채기가 시도때도 없이 나왔다. 그러니까 휴지를 달고 다니지 않고서는 흘러내리는 콧물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지경이 된 것이다. 그것도 반나절만에. 나는 무척 당황스러워서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어리둥절했다. 그날 오전까지만해도 아무런 전조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감기는 아무래도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오는 감기가 아니라,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겨울은 마치 널뛰기 하듯이, 비교적 따뜻한 날씨와 추운 날씨가 번갈아 찾아왔던 것이다. 지금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어쩐지 이번 겨울에는 감기를 앓지 않고 지나가려나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감기는 나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뭐 어쩌겠는가. 이미 감기는 걸렸고, 지금 감기를 앓고 있고, 며칠 더 감기를 앓을 것이고, 그러고나면 감기는 나를 떠날 것이다. 내 누추한 몸이 맞지 않아 하루라도 빨리 떠나면 좋으련만, 그 또한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닐터이니, 나는 그저 감기가 떠나기만을, 나를 충분히 앓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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