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푸른저녁

마음의 행방

시월의숲 2020. 5. 19. 22:55

블로그가 바뀌었다. 정확히는 블로그 디자인 혹은 기능이 바뀌었다고 해야할까? 나는 이 블로그를 오래 전부터 이용해 왔고, 특별히 다른 곳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래 전 '다음'에서 만든 '플래닛'이 사라지고 블로그로 옮겨올 때처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번에도 그냥 그렇게 새로운 블로그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나는 이곳을 그저 내 개인 일기장 정도로 사용하고 있으므로, 어떤 형태의 블로그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이번의 새로운 변화도 내겐 그저 지나가는 과정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이 어떻게든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다면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니까. 

 

무슨 일이든 그렇지만, 이번에 새로 바뀐 블로그에 적응하는 것도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갑작스럽게 바뀐 블로그에 어리둥절해했지만, 차분히 바뀐 기능들을 살펴보고, 스킨도 이것저것 바꿔보고, 글도 올려보고 하니 지금은 어느정도 적응이 된듯 하다. 기존의 것에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새로 바뀐 기능들이 불편하기도 어색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좀 더 세련되고 깔끔한 느낌이 든다.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어색하면 어색한대로 사용하다보면 어느새 익숙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겠지. 그때는 아마도 무엇이 불편하고 어색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은 모든 상황에 다 적용되는 진리는 아닌 것 같다. 아무리 오래 무언가를 하더라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 또한 있지 않은가? 오래 그것을 해왔지만,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 세상엔 분명 존재한다. 내 경우, 일을 하면서 인사상 어떤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가 그렇다.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하는지, 무엇이 최선의 선택인지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네 마음이 시키는대로 해', 라고 사람들은 이야기하지만, 중요한 건 내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 나조차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어디로 가고 싶은가'가 아니라, '어디로 가야 한다'가 더 큰 영향을 발휘하기 때문은 아닌가.

 

인사철이 되어 누군가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을 해야하고, 나도 덩달아 다른 곳으로 가야만 할 때, 나는 그 선택의 기로에 여러번 섰으면서도, 여전히 어딜 가야하는지 알 수 없는 망연자실한 기분에 빠져들고 만다. 매번 느끼는 그 기분조차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늘 새롭고, 어리둥절하며, 초조하게 하고,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준다. 내 마음의 행방은 어디에 있는가? 왜 누군가는 반드시 그 자리에 가야하고, 누군가는 그렇게 하면 안되는가. 왜 물 흐르는대로 흘러가게 놔두지를 않는가. 나는 무언가를 주장하고 싶지도 않고, 무언가를 원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게 무엇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오래전부터 내 마음은 늘 그랬던 것 같다.

 

어떤 방향으로든 결정이 나겠지만, 그것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나는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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