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의 아리 에스터 감독의 두 번째 영화인 <미드소마>를 보았다. 예전부터 보고 싶었지만, 계속 미루다가 이제야 보게 되었는데, 만약 못 보고 지나갔다면, 상당히 독특한 공포영화 한 편을 놓칠 뻔했다. 우연찮게도 최근에 본 <블랙 위도우>에서 깊은 인상을 주었던 플로렌스 퓨가 주인공 '대니'역을 맡았다. 감독의 전작인 <유전>은 상당히 '어둡고' 독특하면서도 섬뜩한 공포영화였다면, <미드소마>는 상당히 '환하고(?)' 독특하면서도 섬뜩한 영화였다.
이 영화는 스웨덴의 외딴 마을에 종교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벌이는 축제에 대니와 친구들이 참여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북유럽 특유의 백야와 이단적인 종교의식이 이방인들의 눈에는 낯설게만 보이는데, 그것이 정작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사실이 섬뜩하게 다가왔다. 그 둘 사이의 괴리를 공포라는 감정으로 잡아낸 것이다.
이 영화를 보는 건 어쩌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백야를 경험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는 우리들은, 대니 일행이 스웨덴의 헬싱글란드 지역에 도착하면서부터 환한 대낮이 계속되는 경험을 그들과 함께 한다. 또한 우리들은 그들을 따라 밝고 따사로우며,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마을에서 낯설고 이색적인 종교 축제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은 부자연스럽고 불길한 기운을 풍기기 시작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들의 발은 이미 하얀 늪에 빠져버린 것이다. 빠진 줄도 모르게 빠져버리는 환각의 공간, 그것을 백색의 공포라고 명명할 수 있지 않을까.
귀신이 나오지 않아도, 깜짝 놀라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 영화는 무섭고 놀랍다. 영화 전반에 불길한 기운이 넘친다. 그것도 환한 대낮에, 지극히 목가적이고 평화로워 힐링이 될 것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공포라니! 눈부시게 하얀 햇살이 이렇듯 불길하게 느껴지는 영화가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