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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을 보고 어찌 이 영화를 보지 않을 수 있을까? 예고편을 보고 어찌 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마치 무당이 접신하듯, 어떤 필연적인 이끌림에 의해 이 영화를 보았다. 어쩌면 기대 이상의 공포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그동안 너무나도 공포스럽지 않은 공포영화만을 질리도록 보지 않았나.
영화가 삼 분의 이 이상이 흘러갔을 때, 나는 불현듯 알 수 없는 구토감을 느꼈다. 영화관에는 나를 포함하여 대여섯 명의 사람밖에 없었고, 에어컨 때문에 시원하기까지 했다. 갑작스러운 구토감이 치미는 것은 어쩌면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가 다시 썼다. 그리고 영화를 계속 보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옅은 구토감이 밀려와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단지 마스크 때문이었을까? 영화가 끝난 후 건물 밖으로 나와 후덥한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이 영화가 나를 그런 상태로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 영화의 내용이, 내용에 담긴 불쾌함이, 빙의된 여성을 다루는 편협한 시선이, 핸드헬드 카메라의 혼란스러움이, 암울한 결말과 어두운 세계관이 내게 구토감이라는 생래적 거부감으로 표현된 것은 아니었을까.
이 영화 역시, 다른 고만고만한 공포영화들처럼 전혀 무섭지 않았다.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이 아닐까 싶다. 공포영화라면 당연히 보고 나서도 남아있는 공포(불쾌할지라도 그 불쾌함을 넘어서는 공포가 있다면 그것은 일정 부분 성공한 것이리라)가 전혀 없었다. 공포보다는 출구 없는 답답함, 암울함, 불쾌함만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를 좀 관대하게 보고 싶다. 감독은 어쩌면 후반부의 폭발하는 잔혹함을 위하여 이 영화를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것이 핸드헬드라는, 이제는 한물 간 공포영화의 제작 방식일지라도, 그 폭발력과 잔혹함은 이 영화에서만큼은 어느 정도 유효하지 않은가, 하는.
세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귀신들린 여성을 다루는 감독의 편협하고, 안일한 시선에 대한 비판은 나도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이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암울한 세계관(흔히들 이 영화를 제작한 나홍진 감독의 것이라고 일컫는), 악(惡)은 가깝고, 강력하며 선(善)은 멀리 있거나 혹은 그 존재조차 알 수 없는 현실은 여전히 강한 힘으로 나를 사로잡는다.
인간은 나약하며, 나약한 인간이 의지할데라고는 선한 신밖에 없지만, 선한 신은 보이지 않고, 느낄 수도 없으며, 그리하여 그 존재조차 의심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 있는 악은 어떤가. 악은 우리들의 나약함을 비웃고, 그 속에 똬리를 틀고 시시때때로 우리들을 시기와 질투, 번뇌 속에 놓이게 만들지 않는가.
나홍진 감독은 아마도 그런 암울한 세계 속에 살아가야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동정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너무나도 비정하다. 그는 이렇게 묻고 있는 것만 같다. 인간인 우리가 무얼 할 수 있겠는가? 신은 어디 있는가? 선은? 그에 대한 대답은 <랑종>의 결말처럼 암울하기만 하다. 그 암울함이 어떤 '인과응보'에 대한 것이라고 해도.
나는 이 영화가 초반에 보여주었던 태국 산골 지방 특유의 이국적인 풍경과 토속 샤머니즘의 분위기가 좋았다. 그 분위기를 끝까지 가지고 갔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든다. 우리나라와 얼핏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른 태국 이산 지방의 샤머니즘에 대한 묘사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은가. 여러모로 아쉬우면서도 논쟁적인 영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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