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주인공은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작가이다. 그녀는 출판사 사장의 권유로 차기작에 대한 영감을 얻기 위해 프랑스에 있는 사장의 별장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출판사 사장의 딸이라고 하는 젊은 여인(줄리)를 만나게 되고, 혼자, 조용히 영감을 얻으며 집필에 몰두하기 위해 갔던 별장에서의 생활이 그녀의 돌연한 출연으로 인해 방해를 받기 시작한다. 엄격하고 조용함을 원하는 영국인 사라와 자유분방하고 눈치보지 않는 프랑스인 줄리의 기묘하고도 아슬아슬한 동거는 우연한 사건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 영화가 미스테리 스릴러라는 건 알았지만, 영화 초반에는 그런 느낌을 전혀 갖지 못했다. 영화는 중반까지 주인공 사라와 편집장의 딸인 줄리의 티격태격하는 신경전을 보여주고 있는데, 영화가 후반으로 가면서 급격히 긴장감이 고조되다가 영화의 결말까지 보고 나서는 어, 이게 뭐지? 하는 어리둥절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것은 영화가 열린 결말의 형태로 끝나면서 관객들에게 다양한 해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디서부터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거짓인지, 이 모든 에피소드가 다 작가인 사라의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진 사건, 그러니까 그가 쓰는 한 편의 소설은 아니었는지, 혹은 사라는 정말 줄리를 만났으나 그 이후의 일들은 모두 사라가 지어낸 것은 아닌지 좀처럼 알 수 없어지는 것이다.
어리둥절함도 잠시. 나는 이 이야기가 무척 재미있었다. 이 영화에는 추리소설 작가가 나오고, 풀장이 딸린 외딴 별장, 상반되는 성격의 두 주인공, 우연한 사건 등이 나온다. 이것 자체만으로도 일단 흥미롭지 않은가? 거기에 감독은 그것들을 섞고, 뒤집어서 어디서부터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거짓인지,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로인해 이 영화는 갑자기 풍부해진다. 이야기 자체가 그리 촘촘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나른하면서도 어렴풋한 관능미와 미스테리함, 그리고 관객들에게 불현듯 던져진 해석의 다양성(영화평론가이자 작가인 듀나는 이 부분에서 감독인 프랑수아 오종이 좀 게을렀다고 말하고 있지만)이 이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된(하지만 얼굴은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는듯 무척 익숙했다) 샬롯 램플링은 처음에 프랑스 배우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영국인이라는 사실에 좀 놀랐다. 그녀가 풍기는 느낌이 어쩐지 프랑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라 역을 맡은 샬롯 램플링과 줄리 역의 뤼디빈 사니에르의 상반되는 매력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사실이 이 영화의 또다른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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