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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목이 끌렸다. 배우들도 괜찮아 보였다. 예고편을 보니 내가 많이 보지 않는 장르의 드라마였지만 그래도 꽤 재미있을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SF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했다. 넷플릭스에서 만들었으니 제작비가 부족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특수효과랄지, 비주얼적인 면에 대해서도 믿음이 있었다.
누군가는 제목처럼 너무 '고요'한 거 아니냐고 했는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물론 빠른 전개를 바라는 사람들은 다소 느릿하다 느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가 달이고 그곳에 세워진 연구기지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배경 자체에서 오는 고립되고 정적인 느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고요하지만 고독하고, 어떤 기대감과 불길함을 동시에 품고 있으며, 시종일관 암울한 분위기가 이 드라마의 특징이자 매력인 것이다.
그렇게 신선하지는 않다. 내용은 우리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어디선가 한 번은 본듯한 이야기 같기도 하다. 비밀을 품고 있는 폐쇄된 연구기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SF 장르물을 많이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너무나 친숙하지 않은가. 하지만 물 부족으로 인해서 물고기가 사라지고, 물을 계급제처럼 등급으로 배급받는 시대라는 배경은 내겐 사뭇 신선하게 다가왔다. 물이 없으면 인간은 살 수 있는가? 그 절박함과 암울함이 이 드라마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내겐 과학적으로 이 드라마의 우주와 달에 관한 묘사의 오류를 지적할 능력이 없다. 나는 그것에 관해서는 전무(全無)하다. 그래서 나는 감독이 그려내고 있는 달의 지형과 기후, 토양, 기압, 기지 내의 여러가지 시스템적인 것들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보지는 못했다. 나는 그저 그런가 보다 하고 이야기에 집중했다. 물론 그런 것들을 알면 이 드라마가 더 재밌거나 혹은 엉터리로 비칠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 드라마를 더 재밌게 보았는지도 모른다.
다소 답답한 고립감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건 아마 내가 드라마에 몰입해서 마치 폐쇄된 달의 연구기지에 홀로 있는 상상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는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상황과 묘하게 오버랩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이 드라마를 보고 조금 감상적인 기분이 되었다. 그것은 이 드라마의 충격적인 사건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인 송박사(배두나)가 바라보고 있던, 지구에서의 달의 모습과 달에서의 지구의 모습이 마치 만날 수 없는 서로의 운명을 가리키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고요의 바다'를 본 것이 맞는가? 나는 이 드라마를 보고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는 이 드라마를 보고 자꾸만 우주에 던져진 인간 존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고요의 바다를 건너, 그 끝에 다다르면 무엇이 있을까. 그것은 우리가 마주하기 싫지만 끝내 마주할 수밖에 없는 우리 자신의 고독 혹은 허무가 아니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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