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간다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시월의숲 2021. 12. 1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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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숙직을 해서 당직 휴무날이었다. 길을 걷고 있는데 깜짝 놀랐다. 커다란 스티로폼 박스가 갑자기 내 옆으로 휙 지나갔다. 가게 앞에 세워놓은 설치물들이 다 넘어져 있거나 길거리에 이리저리 나뒹굴고 있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다리가 휘청거렸다. 눈물과 콧물이 절로 났다. 예상치 못하게 맞는 세찬 바람에 어리둥절해하며 빠른 걸음으로 영화관으로 향했다. 건물 안에 들어서니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코로나 시국인데다 날씨마저 나빴지만 역시 영화가 인기가 있긴 한가 보았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하긴,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마블의 스파이더맨 영화가 아니던가.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이니까. 영화관에 입장하기 위해 스마트폰 어플로 예매한 예매권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인터넷이 계속 연결되지 않았다. 한 십 분정도 씨름하다가 도저히 안돼서 아래층에 있는 창구로 향했다.

 

창구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예매권을 발권할 수 있느냐 물어보는 찰나에 스마트폰 인터넷이 연결되었다. 바람 때문에 그런가? 직원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올라가면 또 안될지 모르니 아예 발권을 해주겠다고 했고 나는 고맙다고 했다. 스마트폰이 안되면 예매권이나 방역 패스 같은 것들을 아예 할 수 없게 되어버리니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닌가 생각했다. 아무튼 영화를 못 보게 될 줄 알고 마음 졸이던 것이 해결되어 다행이었지만.

 

영화는 예상대로 재미있었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영화의 내용을 상세히 적을 순 없지만 기대한 만큼 그 기대에 부응하는 영화라고 해야 할까. <이터널스>를 보고 혹평하던 사람들도 이 영화만큼은 혹평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원한 영화가 바로 이런 것일 테니까. 나 또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영화를 보았다. 때로 예상치 못한 전개와 재미, 그리고 슬픔이 밀려와서 놀랍고 당황스럽고 슬프긴 했지만. 이 영화로 인해 비로소 스파이더맨은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된 것 같다. 큰 힘에는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는 걸, 큰 희생을 치르고 나서야 겨우 깨닫게 되었으니까. 

 

<어벤저스 엔드게임>이 마블의 오랜 팬들을 위한 최고의 헌사였다면,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은 스파이더맨의 오랜 팬들을 위한 최고의 헌사가 아닐까 싶다.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그래, 새롭게 시작하는 거야, 힘내 스파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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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고블린 역의 윌렘 데포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혼자서 아트하우스 연기를 하고 있었다. 다소 순한맛의 악역들이 등장해서 영화의 긴장감이랄까 맥이 빠졌을 수도 있었을텐데, 그로 인해 영화의 텐션이 순식간에 올라간 느낌이다. 악역이란 역시 매워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악역은 그 누구보다 연기를 잘 해야 한다. 바로 윌렘 데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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