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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신랄한 풍자라니.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인간에 대한 애정은 자취를 감추고 '죽어도 싸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인간은 이렇듯 어리석고, 배우지를 못하며, 구제불능인 존재라는 걸 일깨워주는 영화랄까.
굳이 혜성의 충돌이라는 상황이 아니라도 충분히 우리는 지금 위기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듀나는 이를 기후위기의 은유라고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나도 같은 생각을 했다. 우리는 혜성의 충돌이라는 외부적인 위기 상황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자기 파괴적인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지구상 최고의 생물체라 스스로 일컫는, 모든 생명체 중 가장 뛰어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우리, 인간 종족은 그 뛰어난 우수성으로 인해 스스로 파멸의 구렁텅이로 걸어 들어가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깨어있는 몇 안 되는 인간들이 위기를 부르짖은들, 영화에서처럼 조롱만 당할 뿐이다. 우리는 이미 늦어버린 것이 아닐까?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하고 화가 났지만, 영화의 결말은 마음에 든다. 구제불능의 인간들에게 딱 맞는 결말이 아닌가. 그 와중에도 돈 많은 사람들은 꾸역꾸역 살아서 몇 만년 후에 깨어날지도 모르지만, 뭐 그렇게까지 살고 싶지는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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