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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레베카>를 보았다. 뮤지컬로 알고 있던 작품을, 뮤지컬을 보기 전에 영화로 접했다. 소설이 원작이라고 하는데 물론 소설도 읽지 못했다. 유튜브를 통해서 많이 들었던 뮤지컬 넘버들이 아닌, 순수한 영화의 레베카는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다. 물론 뮤지컬과 영화는 다르므로 단순 비교하기는 곤란하겠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가장 궁금한 건 레베카는 과연 어떤 인물인가, 였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인 '레베카'는 이 영화에 나오지 않는다. 그녀는 단지 끊임없이 호명되며, 다른 인물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보이지 않는 존재로써 기능한다. 그녀와 얽힌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것이 이 영화의 묘미인 것이다. 그 묘미를 제대로 살렸는가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이다. 미스터리 스릴러이긴 하지만 강렬한 서스펜스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야기는 짜임새 있게 연결되지 못하며 어딘가 덜컹거린다.
그보다 영화는 두 주인공인 맥심 드 윈터와 새로운 아내가 된 드 윈터 부인의 로맨스에 더 치중하고 있는 듯 보인다. (내가 보기에) 이 영화에서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으며, 가장 인상적인 댄버스 부인의 비중이 좀 더 컸더라면 어땠을까? 오히려 그 편이 영화의 서스펜스를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런저런 아쉬움이 남는 영화다. 아, 1940년에 나왔다는 히치콕 감독의 <레베카>는 어떨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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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여자 주인공이 행복에 도취된 표정으로 말한다.
"추억을 향수처럼 병에 담을 수 있다면 어떨까?
아무 때나 열어 볼 수 있게.
그럼 그 순간을 그대로 느낄 수 있을텐데."
남자 주인공이 생각에 잠긴 채 대답한다.
"잊고 싶은 추억을 버리는 것도 가능하겠군."
어쩌면 이 영화는 '추억'의 양면성 혹은 상반된 해석에 관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