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겨울 나는 베른하르트의 책만 읽고 있었다. 마침내 보다 못한 베를린 서가의 주인이, 당장 베른하르트 읽기를 중단하고 다른 작가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이다. 베른하르트에 심취해본 독자라면 이 말을 이해할 것이다. 북독일의 기후 아래서, 그것도 침울하고 어두운 기나긴 겨울 내내, 사람들이 모두 떠나버린 시골 마을의 오두막에서 베른하르트만 읽고 있으면 마음에 병이 들기 쉽다고 베를린 서가의 주인은 말했다. 책 속에서 베른하르트는 독설을 퍼붓는다. 그의 음산한 저주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향한다. 왜냐하면 그들이 모두 망쳐버렸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그로테스크한 연극조로 과장되었다. 절반쯤 광증을 가진 자의 기나긴 독백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수목한계선 위의 황폐한 고원처럼 끝이 보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