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투덜거림을 하기는 정말 싫었다. 하지만 나는 또 매번 하던 투덜거림으로 시작을 해야 할 것 같다. 글을 쓰기도 전에 과거형으로 말하는 것과, '할 것 같다'라는 모호한 말을 쓰는 것조차 너무나도 싫지만. 싫어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글쓰기라는 것도 있는 거겠지 세상엔.
어쨌거나 김연수의 비교적 최근작인 『이토록 평범함 미래』를 읽었다. 사실 읽은 지는 꽤 되었다. 늘 그랬듯 지금의 나는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의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어떤 느낌만이 미미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그 느낌이란, 그의 소설이 으레 그러하듯 절망적이지만 결코 절망적이지만은 않은, 긍정적이고 따뜻한 종류의 것이었다.
오랜만에 나온 이번 소설집은 이전보다 화려하고 재기 발랄하지는 않지만 한층 깊어진 느낌이었다. 좀 나쁘게 말한다면, 너무 따뜻해진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고통 속에 있는 우리는 늘 지금보다 훨씬 나은 미래를 꿈꾸지만 사실 그런 미래란 존재하지 않고 실제 우리에게 펼쳐질 미래란 평범하기 그지없다고. 하지만 그렇게 평범한 미래가 있기에 우리는 또 절망하지 않고 계속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거라고. 혹은 현실이 그지없이 절망적이라 미래를 생각조차 할 수 없을지라도, 미래는 그저 평범하게 우리 앞에 놓여 있을 뿐이라고. 그게 내가 이 소설을 읽고 느낀 점이다.
이토록 평범함 미래라니!
나중에 이 책을 읽었다는 사실조차 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라도 기록으로 남겨둔다.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두는 일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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