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밤으로 화해하기를 원하니
너와 나 서로 포옹하면, 죽음은 없으리라
- 엘제 라스커 쉴러, <화해> 중에서(시집, 『우리는 밤과 화해하기 원한다』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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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시집은 사랑에 관한 뜨거움으로 가득 차 있다. 어떤 열정에 도취해 있는 것 같기도 한 이 시집을 나는 배수아가 아니었다면 결코 알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그녀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시집이 가진 뜨거움을 견디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 시집을 읽는 내내 나와 정반대의 기질을 가진 사람을 보는 듯했다. 그것은 매번 놀라움과 신기함을 안겨주었으나 때로 감당하기 벅찬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시집의 마지막에 실려 있는 옮긴이의 말까지 읽고 나서 깨달았다. 내가 느낀 그 벅찬 느낌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옮긴이의 말을 옮겨본다.
라스커 쉴러는 쉽게, 빠르게,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격렬하게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었다. 때로 그런 이유로 "부정한 유대 여자"라는 말을 듣기는 했으나. ··· 그는 일생 동안 그러했던 것처럼, 자신이 창조한 세계에서 살기를 멈추지 않았고 그것이 곧 그의 글이 되었다. 라스커 쉴러 자신은 시에서 "지상의 내 삶은 슬픔이었다"고 노래했으나 동시에 그것은 "그러나 심장이 터질 듯한 사랑이 있으니!"라는 문장으로 금세 전복되는, 피와 생명의 심장으로 쓰는 사랑의 축제이기도 했다. 그는 다른 곳이 아닌 시의 대문에 자신의 심장을 걸어두었다!(배수아, '옮긴이의 글' 중에서)
그녀는 어쩌면 시와 하나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을 시에 녹이거나 시를 자신의 삶에 녹이고 싶었는지도. 그리하여 마침내 나와 시, 시와 내가 하나가 되는. 죽음과 삶이 하나이듯이.
모든 삶이 우리의 삶이 되리니
우리는 죽음조차 무덤에서 끄집어내어
그 침묵에 환호하기를!
- 엘제 라스커 쉴러, 「만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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