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극장이다. 그동안 극장이라는 장소를 잊어버린 사람처럼, 새삼스러웠다. 갑자기 왜 영화가 보고 싶어 졌는지 모르겠다. 단순히 보고 싶은 영화가 없었기 때문일까? 우연히 인터넷을 보다가 뤽 베송 감독의 <도그맨>이라는 영화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게 오늘 개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마치 그래야만 한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영화를 예매했고, 오랜만에 간 극장의 정중앙에서(마치 영화관을 전세 낸 듯이) 영화를 감상했다.
영화는 폭력과 학대로 얼룩진 한 남자의 삶을 들여다본다. 그가 어쩌다가 수 십, 수 백 마리의 개와 함께 살게 되었는지, 왜 인간사회에 동화되지 못하는지, 그가 가진 고통은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나는 영화를 보는 일이 너무나 고통스럽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감독은 그의 고통을 미화하거나 과시하지 않는다. 자신의 고통을 너무나도 담담하게 말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오히려 그것이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화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말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영화를 몇 번 더 봐야할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순식간에 번뜩이며 사라져 버리는 혜성과도 같았다. 반면 길게 꼬리를 드리우는 별똥별처럼 여운이 짙은 영화이기도 했다. 인상적인 대화들도 많아서 노트에 따로 적어놓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인 케일럽 랜드리 존스(더글러스 역)의 섬세하면서도 폭발적인 연기에 나는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 에디트 피아프의 <군중>(La Foule)을 드랙퀸으로 분장해 공연하는 장면에서 나는 한동안 숨을 쉴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법같은 영화라는 말은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내겐 여러모로 이 영화가 그랬다. 물론 주인공의 고통은 어떤 마법으로도 사라지게 할 수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