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간다

조커: 폴리 아 되

시월의숲 2024. 10. 9. 21:59

 
조커 1은 덜컹거리면서도 응축된 감정의 폭발이 매력적인 영화였다. 이번에 나온 조커 2편이라 할 수 있는 '폴리 아 되'에서도 그런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물론 1편에서 인상적으로 보여준 조커의 내면세계를 어떤 식으로 더 보여줄 수 있을까에 관심이 가긴 했다. 하지만 <조커: 폴리 아 되>는 조커의 내면을 더 파고들지도 못했고, 조커를 둘러싼 사건의 양상을 좀 더 재미있게 만들지도 못했다(할리 퀸이라는 특급 인물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조커와 아서 플렉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결국 이도저도 아닌 영화를 만들어내고 말았다(아서 플렉이 조커이고 조커가 아서 플렉이지만, 영화는 자꾸 이 둘을 갈라놓으려 한다. 영화의 가장 큰 패착은 그게 아닐까?). 뮤지컬이라는 형식과 그에 따라 선택된 노래들은 매우 그럴듯하고 잘 어울렸으나(조커의 부서지고 고통스러우며 광기 어린 내면을 표현하는데 그만한 방식도 없을 것이다), 조커 특유의 어떤 철학을 드러내지 못한 채 진행되는 반복적인 노래들은 다소 장황하게 느껴진다. 그가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그의 몽상(노래)밖에 없다는 말일까? 그것이 그가 가진 전부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더라도 두 시간이 넘는 몽상을 지켜보는 일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아, 재미가 없었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단지 영화 속 조커가 재미없어졌다는 말이다. 조커가 조커임을 포기한다면 그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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