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취미가 뭐냐고 물어본다면, 독서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결국은 책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 혼자 생각하고, 상상하고, 몽상하며, 착각하고, 오해하는 일을 좋아한다고. 그건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나만의 은밀한 기쁨이라고 나는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터져 나오던 웃음을 나는 잊지 못한다. 애써 웃음을 참고 있는 듯한 모습도. 그들을 탓하진 않는다. 그들은 순수한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그때부터 나는 정말 독서를 좋아한다고,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게 되었다. 그들 때문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 대한 의심 때문에.
내 독서는 하염없이 느리고, 더듬거리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서성이며, 잊었다가 한참 뒤에야 다시 생각나는 - 결국 책을 찾게 되는 - 종류의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좋아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 말이 이렇게까지 무겁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그런데 정말 그래야만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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