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무려!) 가을호인 《작가세계》는 배수아 특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기에 <바서부르그의 열흘>이라는 배수아의 산문이 실려 있는데, 작가가 독일의 바서부르그에 머물면서 마르틴 발저를 만나러 간 일화가 나온다. 그는 발저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그의 태도는,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 것이었다. 그는 말하기를 서둘지 않았고, 상대편에게 말이나 해명을 강요하지 않았으며, 자기 자신도 해명에 집착하지 않았으며, 유머가 있는가 하면 너그러운 면모도 충분히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끝맺는다.
'세월이 흐르면 그 기억들이 자연스레 희미해지겠지만, 그때 나는 너무나 슬플 것이다'
나는 《작별들 순간들》에서도 그랬지만, 그가 말하는 숲과 정원이, 그가 말하는 바서부르그가, 베를린이, 나아가 독일이라는 나라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깨닫는다. 아직 내가 마르틴 발저를 읽지 않았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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