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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덜 외롭기를.(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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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이라고 써놓고 한참을 바라본다. 아직 좀 더 친해져야 할 듯.(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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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국민들의 속을 뒤집어 놓고 화를 돋우며 정신을 고문하는 것이 저들의 전략이라면, 저열할지라도 아주 잘 먹히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려 애쓰지 말자. 정신 건강에 해롭다.(202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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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생’에서 커피를 마시며, ‘은밀한 생’을 찾는 은밀한 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커피를 마시고, 영화를 보며, 사람들을 만나고, 애도하고, 분노하고 때로 기뻐하며 소소한 일상을 살아갑니다. 이 보통의 삶은 도대체 무엇인가요. 요즘 들어 그런 의문이 더욱 커집니다. 이 삶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202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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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눈이 왔다. 창밖이 온통 하얀색이다. 쌓인 눈을 보며 눈이 '내린다'와 '온다'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한다. 나는 늘 눈이 '온다'라고 말한다. 하늘에서 내린 눈은 늘 (내게로) 오는 거니까. 원래부터 그런 것이었으니까.(202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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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의 시집, 《아름답고 쓸모없기를》을 읽었다. 요즘 시가 읽힌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지만, 읽을 때는 특유의 솔직 발직함에 놀라다가도 웃음 뒤에 느껴지는 쓴 맛에 이상하게 마음이 아렸는데, 다 읽고 나서는 제목처럼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란 무얼까 오래도록 생각하게 되었다.(202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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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잘 드러내지 않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권위적인 모습을 불쑥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다. 똑같은 모습을 봐도 누군가는 화를 내며 건방지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별거 아니라는 듯 웃으며 넘어간다. 나는 오늘 그 사람들 사이에서 심히 괴로웠다.(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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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어렸을 때 본 영화의 기억은 그 사람의 일생에 오래도록 깊은 그늘을 드리운다. 내겐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가 그러하다.(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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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
-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중에서
그리 특별할 건 없지만 '그늘을 드리운다'라는 표현을 어디선가 읽은 것 같았는데... 김연수의 저 문장이었구나.(2025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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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도 시리고, 코도 시리고, 눈도 시리다. 아마도 눈이 시린 건 춥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서 더 서글픈 걸까.(202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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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있는' 인간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심신의 결점들 속에 푹 잠기기만 하면 된다.(에밀 시오랑, '독설의 팡세' 중에서)
에밀 시오랑의 《독설의 팡세》가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트위터에서 접하고 새삼 그의 책을 들춰본다. 전에도 느꼈지만, '잠언'이라는 것이 얼마나 이곳과 어울리는 것인지!(202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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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유튜브로 EBS 〈건축탐구 집〉을 보게 되었는데, 서울에서 15평 한옥을 리모델링해서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왔다. 집도 물론 멋졌지만, 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비웠기 때문에 더욱 차보이는 것이 한옥의 매력이라는 집주인의 말이었다. '텅 빈 충만'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202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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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나는 책을 읽고 싶은 걸까 아니면 가지고 싶은 걸까?(20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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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나면' 지는 게 아니라 화를 '내면' 지는 건가?(202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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