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슈이치, 『일요일들』을 읽고 일요일은 쉬는 날이다. 일주일간 쌓였던 피로도 풀고, 느긋하게 여유도 부리고, 생각의 정리도 하는 등 삶에 있어서 일요일은, (유치한 비유이긴 하지만) 호떡의 설탕과도 같고 김밥의 단무지와도 같은 날이다. 하지만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나에게 있어 일요일은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일요일마다 꼬.. 흔해빠진독서 2007.04.22
에쿠니 가오리,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처음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었을 때, 에쿠니 가오리가 쓴 것 보다 츠지 하토나리가 쓴 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접했는데 뭐랄까, 츠지 하토나리가 쓴 것에 비해 내용이 터무니없이 느리게 전개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작품 자체가 아오이의 심리에만 맞춰져 .. 흔해빠진독서 2006.11.18
파트릭 모디아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언제였던가, 나는 안개가 자욱이 낀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 걸어가고 있었다. 키낮은 집들은 이미 불이 꺼진지 오래고, 어둠 속에서 마땅히 길을 비춰주어야 할 가로등은 잊혀질만 하면 하나씩 나타나곤 했었다. 아마 그때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서늘한 밤기운에 얇게 입.. 흔해빠진독서 2006.06.10
나의 내면풍경 속으로 걸어들어가다(김형경, '사람풍경'을 읽고) 김형경의 <사람풍경>을 읽었습니다. 많은 분들에게서 좋다는 말을 들은터라 순수하게 읽고 싶은 욕망이 아닌 한번 읽어봐야겠군, 하는 생각이 더 작용했던 같기도 합니다. 물론 읽고 난 지금은 정말 잘 읽었구나, 하는 생각이지만.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봤을 때, '사람은 풍경으로 존재할 때 가장 .. 흔해빠진독서 2005.07.10
배수아 『에세이스트의 책상』을 읽고 자유. 그것은 음악과도 많이 닮아 있다. 아니, 어쩌면 그 두 단어는 동의어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녀의 소설 『에세이스트의 책상』에서만큼은 자유는 곧 음악이었고 음악은 곧 자유, 그 자체였다. 음악적 자유, 혹은 자유로운 음악. 하나의 빗방울이 다른 빗방울 위에 겹쳐져 이루어진 .. 흔해빠진독서 2005.06.25
그 오래된 사랑에 대해서(황석영, '오래된 정원'을 읽고) 사랑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세상엔 '독일인의 사랑'이나, '좁은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같은 류의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우리들이 그렇게 믿고 싶은 환상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책들이 고전이란 이름하에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반증한다. 존.. 흔해빠진독서 2005.02.13
살아 있습니까? 그렇다면 사랑합니다.(김주희, '피터팬 죽이기') 이 책은 지난 7월달에 산 책이다. 지독히도 더운 날, 나는 서점에 들어가서 이 책을 집어들었다. '피터팬 죽이기'... 나는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이 소설은 쉽게 말해 피터팬이 후크선장이 되어야만 하는 현실과 그러한 현실에서 방황하고 고뇌하는 젊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현실에.. 흔해빠진독서 2005.02.13